PMP 문제집 첫 페이지를 넘기던 순간의 막막함을 기억하시나요? 분명 4지선다 객관식인데, 어째서 정답처럼 보이는 게 두세 개는 되는 걸까요. '이것도 맞는 말 같고, 저것도 틀린 말은 아닌데...' 하며 동그라미와 별표 사이를 오가다 보면 머릿속은 하얗게 변해버립니다.
마치 회사에서 겪는 수많은 딜레마의 축소판 같다는 생각, 저만 한 건 아닐 겁니다. '김 부장님 지시도 맞고, 박 상무님 말씀도 일리 있는데 대체 누구 장단에 맞춰야 하나' 싶던 그 막막한 순간. 정답이 없는 문제 앞에서 최선의 답을 찾아야 하는 것, 그게 바로 우리 N년차 직장인이자 프로젝트 관리자의 숙명일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왜 PMP 문제가 이렇게 우리의 속을 썩이는지, 그리고 그 이면에 숨겨진 PMI(Project Management Institute)가 진짜 원하는 프로젝트 관리자의 '사고방식'은 무엇인지 깊숙이 들여다보려 합니다. 이건 단순히 시험 합격을 위한 팁이 아니라, 진짜 '일 잘하는 사람'의 문제 해결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단순 지식 테스트를 넘어 '상황 판단 능력'을 묻다 🤔
혹시 PMP 자격증이 'PMBOK 가이드'라는 두꺼운 책을 통째로 외워야만 합격할 수 있는 시험이라고 생각하셨나요? 만약 그랬다면, 그건 PMBOK 6판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과거에는 정말 '투입물(Input), 도구 및 기법(Tools & Techniques), 산출물(Output)'을 뜻하는 ITTO를 달달 외우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PMBOK 7판으로 넘어오면서 시험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PMI는 더 이상 '당신이 무엇을 알고 있는가?'를 묻지 않습니다. 대신 '당신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묻습니다. 즉, 암기된 지식의 양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프로젝트 현장에서 어떤 원칙과 기준으로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죠.
PMP 문제의 보기들이 하나같이 그럴듯해 보이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모든 보기는 현실에서 한 번쯤 고려해 볼 만한 선택지들입니다. 하지만 프로젝트 관리자는 '그럴듯한 선택'이 아닌 '가장 효과적이고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PMI는 바로 그 '가장 적절한(Most Likely)' 답을 고르는 과정을 통해 당신의 PM으로서의 자질과 사고방식을 검증하고 싶은 것입니다.
PMI가 심어놓은 '정답'의 힌트: 3가지 사고방식 📊
그렇다면 수많은 '그럴듯한 오답' 사이에서 '진짜 정답'을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요? 다행히도 PMI는 문제 곳곳에 명확한 힌트를 숨겨두었습니다. 바로 PMI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프로젝트 관리자의 3가지 핵심 사고방식입니다. 이 세 가지만 기억해도 정답률이 극적으로 올라갈 겁니다.
1. 수동적 해결사 vs. 주도적 분석가
문제가 터졌을 때 당신의 첫 번째 행동은 무엇인가요? PMP 문제에서는 '즉시 상사에게 보고한다' 또는 '이해관계자에게 도움을 요청한다'와 같은 수동적인 보기가 자주 등장합니다. 현실에서는 빠른 보고가 중요할 때도 있지만, PMI가 원하는 PM은 단순한 '문제 전달자'가 아닙니다.
PMI의 PM은 상황을 먼저 분석하고, 문제의 근본 원인과 프로젝트에 미칠 영향을 파악한 뒤, 가능한 해결책 옵션까지 고민해서 보고하는 '주도적 분석가'입니다. 어떤 보기가 더 주도적이고 분석적인지 따져보세요. "문제를 분석하고 프로젝트 계획서와 대조하여 영향도를 파악한 뒤, 해결책 옵션과 함께 이해관계자와 논의한다"와 같은 보기가 정답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2. 감정적 대응 vs. 원칙 기반의 대응
팀원 간에 갈등이 생기거나, 특정 이해관계자가 무리한 요구를 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세요. 이때 PM이 감정적으로 반응하거나 어느 한쪽 편을 드는 것은 최악의 선택입니다. PMI는 PM을 프로젝트의 '청지기(Steward)'로 봅니다. 개인적인 감정이나 관계가 아닌, 사전에 합의된 '원칙'과 '프로세스'에 따라 공정하게 행동해야 합니다.
PMBOK 7판의 12가지 프로젝트 관리 원칙(Principles)은 바로 이런 상황을 위한 나침반입니다. 갈등 상황에서는 '팀을 존중하고 협력적인 환경을 조성한다'는 원칙에 따라 감정적인 중재가 아닌 공식적인 소통 채널을 마련하고, 변경 요구에 대해서는 '가치 제공에 집중'하고 '변경에 대응'한다는 원칙에 따라 정식 변경 통제 프로세스를 따르는 보기를 선택해야 합니다.
3. 비난과 회피 vs. 긍정적/협력적 해결
프로젝트에는 늘 문제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때 문제의 원인을 찾아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PM의 역할이 아닙니다. PMI가 그리는 이상적인 PM은 '서번트 리더'에 가깝습니다. 즉, 팀이 겪는 장애물을 제거해주고, 그들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독려하는 사람이죠.
따라서 '성과가 낮은 팀원의 업무를 다른 사람에게 넘긴다' 와 같은 부정적인 해결책보다는, '해당 팀원과 1:1 면담을 통해 어려움을 파악하고, 필요한 교육이나 자원을 지원하여 성과를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다' 와 같이 긍정적이고 협력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보기가 정답입니다. 항상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팀과 함께 해결하고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을까?'의 관점에서 보기를 바라봐야 합니다.

실전 문제로 보는 PMI의 시선 ⚙️
자, 그럼 간단한 시나리오 문제로 PMI의 시선을 연습해볼까요?
A) 즉시 상사에게 보고하여 도움을 요청한다.
B) 요구사항이 프로젝트 계획에 없었으므로 수용할 수 없다고 이해관계자에게 통보한다.
C) 일단 팀원들에게 야근을 지시하여 어떻게든 일정에 맞춰보라고 독려한다.
D) 해당 변경 요청이 프로젝트의 비즈니스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공식적인 변경 통제 절차를 시작한다.
어떤 답을 고르셨나요? A는 수동적, B는 비협력적, C는 팀을 고려하지 않는 독단적인 방식입니다. 반면 D는 주도적으로 상황을 '분석'하고, '공식적인 절차(원칙)'에 따라 문제를 풀려는 PMI가 가장 선호하는 접근 방식입니다. 이처럼 문제의 핵심과 PMI의 의도를 파악하면 정답은 명확하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결국 PMP 시험공부는 단순히 지식을 머릿속에 넣는 과정이 아닙니다. 프로젝트를 대하는 나의 태도와 관점을 'PMI의 방식'으로 교정해나가는 훈련 과정에 가깝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 사고방식이 체화되는 순간 당신은 비단 시험 문제뿐만 아니라 회사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복잡한 문제들을 훨씬 더 지혜롭게 풀어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N년차 직장인으로서, 정답이 보이지 않는 애매한 상황에서 당신만의 기준으로 '가장 적절한 답'을 내렸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댓글로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자주 묻는 질문 (FAQ) ❓
Q1. PMBOK 6판으로 공부했는데, 7판 기반 시험을 봐도 괜찮을까요?
기존 지식도 도움이 되지만, 반드시 PMBOK 7판의 12가지 원칙과 8가지 성과 영역 중심의 사고방식을 추가로 학습하셔야 합니다. 시험은 이제 특정 프로세스를 아는지가 아니라, 원칙에 기반한 상황 판단 능력을 중점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Q2. PMI의 사고방식이 실제 회사 업무와는 너무 다른 것 같아요.
맞습니다. 때로는 이상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PMI의 접근 방식은 수많은 프로젝트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통해 검증된 '글로벌 표준'이자 '모범 사례(Best Practice)'입니다. 현실의 제약 속에서 이 이상적인 모델을 어떻게 창의적으로 적용하고, 조직을 설득하여 점진적으로 변화를 이끌어내는지가 바로 유능한 PM의 역량입니다.
Q3. 문제에 나오는 용어나 상황이 너무 낯설어요.
PMP 시험은 특정 산업군(IT, 건설 등)에 치우치지 않는 범용적인 상황을 제시합니다. 중요한 것은 용어 자체가 아니라 그 상황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갈등, 변경 요청, 위험 발생 등 프로젝트의 핵심 이벤트는 어느 산업에서나 동일합니다. 핵심 원칙을 이해하면 어떤 상황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Q4. 분명히 아는 내용인데도 문제를 자꾸 틀립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식을 확인하는 공부에서 벗어나 '사고방식을 교정하는' 훈련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문제를 풀 때 단순히 정답을 맞히는 데 그치지 말고, 나머지 3개의 보기가 왜 '틀린 답' 또는 '덜 좋은 답'인지를 PMI의 관점에서 스스로에게 설명하는 연습을 해보세요. 오답노트를 작성하며 'PMI라면 어떻게 생각했을까?'를 계속 곱씹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Q5. 12가지 원칙을 전부 외워야만 풀 수 있나요?
단순 암기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각 원칙이 의미하는 바를 '체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복잡성 다루기(Navigate Complexity)'라는 원칙이 문제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예: 점진적으로 개발, 시스템적 사고)으로 나타나는지를 이해해야 합니다. 원칙을 키워드로 외우기보다, 각 원칙을 설명하는 스토리를 자신만의 언어로 만들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