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리, 이것 좀 빨리 처리해줘요."
"이 팀장은 왜 맨날 자기 말만 맞다는 걸까?"
N년차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보스'와 '리더'의 차이를 온몸으로 느껴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어떤 상사 밑에서는 그저 부품처럼 느껴지며 시키는 일만 겨우 해내기 바빴고, 또 어떤 리더와 함께할 때는 나도 모르는 잠재력까지 끌어내며 일의 재미를 느끼기도 했죠.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특히 연차가 쌓이고 중간 관리자 역할을 맡게 되면서,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지시하고 통제하는 건 쉽지만, 팀원들의 마음을 얻고 그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습니다. 보이지 않는 벽 앞에서 막막함을 느끼던 순간, PMP 시험을 준비하며 마주한 PMBOK 7판의 리더십 철학은 제게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오늘은 그 고민의 흔적과 해답의 실마리를 여러분과 나눠보려 합니다. 😊

우리는 왜 '진짜 리더'를 원하는가? 🤔
프로젝트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요인은 수없이 많습니다. 예산, 기술, 시간... 하지만 그 모든 자원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역량을 극대화하거나 혹은 반대로 꺾어버리는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리더십이죠.
과거의 프로젝트 관리가 정해진 계획(ITTO)에 따라 기계처럼 프로세스를 실행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면, 오늘날의 프로젝트는 한 치 앞을 예상하기 힘든 불확실성과의 싸움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필요한 것은 단순히 업무를 '분배'하고 '감시'하는 관리자가 아닙니다. 팀원 개개인이 가진 전문성을 존중하고, 그들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장애물을 제거해주는 사람, 즉 '조력자(Facilitator)'로서의 리더입니다.
PMBOK 7판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습니다. 이전 버전에서 강조되던 프로세스와 도구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가치 전달'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위해 프로젝트를 이끄는 12가지 원칙(Principles)과 8가지 성과 영역(Performance Domains)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팀을 어떻게 이끌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PMBOK 7판의 해답: 군림하지 않고 섬기는 '서번트 리더십' 📊
PMBOK 7판이 제시하는 리더십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입니다. 단어 그대로 '섬기는 리더십'이죠. 처음 이 개념을 접했을 때, 저는 조금 혼란스러웠습니다. 리더가 팀원을 섬긴다니, 어딘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의미를 깊이 들여다볼수록 무릎을 치게 되었습니다. 서번트 리더십은 리더가 팀원들의 허드렛일을 대신해준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리더의 최우선 목표가 팀의 성공과 성장을 돕는 것에 맞춰져 있다는 뜻입니다. 권위를 내세워 팀 위에 군림하는 대신, 팀이 원활하게 항해할 수 있도록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선장이 되는 것이죠.
PMBOK 7판의 12가지 관리 원칙 중 하나인 '청지기 정신을 발휘하라(Be a diligent, respectful, and caring steward)'는 서번트 리더십의 철학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프로젝트의 자원과 팀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성실하고 존중하는 태도로 신뢰를 구축하는 것. 이것이 바로 현대 프로젝트 관리자가 갖춰야 할 핵심 덕목입니다.
일 잘하는 동료나 팀장을 떠올려 보세요. 아마 이런 특징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 문제가 생겼을 때 "누구 책임이야?"라고 묻기보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내가 뭘 도우면 될까?"라고 묻는다.
- 팀원이 업무적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적절한 기회와 피드백을 제공한다.
- 다른 부서와의 협업이 막혔을 때, 직접 나서서 교통정리를 해준다. (장애물 제거)
이 모든 것이 바로 서번트 리더십의 구체적인 모습입니다. 팀을 통제의 대상이 아닌, 함께 성공을 만들어가는 파트너로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진짜 리더십은 시작됩니다.

모든 상황에 통하는 만능열쇠는 없다: 상황적 리더십 ⚙️
그렇다면 모든 프로젝트, 모든 팀에게 서번트 리더십만이 정답일까요? PMBOK 7판은 '아니오'라고 말합니다. 또 다른 핵심 원칙인 '상황에 맞게 조정하라(Tailor based on context)'를 기억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리더십 스타일이라도 프로젝트의 환경, 팀의 성숙도, 조직 문화에 맞지 않으면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이제 막 구성되어 업무 파악조차 되지 않은 신입 팀원들에게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보세요"라고 말하는 것은 리더십이 아니라 방임에 가깝습니다. 반대로,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숙련된 팀에게 사사건건 개입하고 지시하는 것은 그들의 창의성과 의욕을 꺾는 최악의 수가 될 수 있죠.
이것이 바로 '상황적 리더십(Situational Leadership)'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리더는 마치 카멜레온처럼, 상황에 따라 자신의 리더십 스타일을 유연하게 바꿀 수 있어야 합니다.
- 지시형(Directing): 팀의 역량이 낮고 경험이 부족할 때. 리더가 명확한 목표와 방법을 제시하고 구체적으로 지시합니다. (예: 신입사원 온보딩, 긴급한 위기 대응)
- 코치형(Coaching): 팀의 의욕은 높지만 아직 역량이 부족할 때. 리더가 방향을 제시하되, 팀원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배울 수 있도록 질문하고 격려합니다.
- 지원형(Supporting): 팀의 역량은 충분하지만 자신감이나 의욕이 부족할 때. 리더는 뒤에서 묵묵히 지원하며 그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결정을 존중합니다. 서번트 리더십이 가장 빛을 발하는 구간입니다.
- 위임형(Delegating): 팀의 역량과 의욕이 모두 최고 수준일 때. 리더는 업무의 권한과 책임을 과감하게 위임하고, 팀이 자율적으로 성과를 창출하도록 믿고 맡깁니다.
진정한 리더는 한 가지 스타일을 고수하는 사람이 아니라, 팀의 현재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입니다. [이미지3]
'보스'를 넘어 '리더'로: 내일부터 시작할 작은 변화 🌱
이 모든 이론을 아는 것과 실제 현장에서 실천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하지만 거창한 변화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PMBOK 7판의 8가지 성과 영역 중 '팀 성과 영역(Team Performance Domain)'은 결국 팀이라는 유기적인 공동체를 어떻게 만들고 이끌어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내일부터 당장 당신의 팀에서 시도해볼 수 있는 작은 행동 변화를 제안합니다.
1. '왜?'라고 묻기 전에 '무엇을 도와줄까요?'라고 묻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추궁보다 해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팀의 분위기는 바뀝니다.
2. 회의 시간에 가장 마지막에 말하기: 팀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심리적 안전감을 만들어 주세요. 리더의 입은 가장 무거운 법입니다.
3. 작은 성공을 찾아 공개적으로 칭찬하기: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에서의 노력을 인정해 주는 리더 밑에서 팀원들은 더 큰 도전을 망설이지 않습니다.
리더십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부단한 성찰과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만들어가는 '기술'입니다. 우리 모두는 완벽한 리더가 될 수 없겠지만,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리더가 되기 위해 노력할 수는 있습니다.
'보스'는 두려움을 통해 사람을 움직이지만, '리더'는 존경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PMBOK 7판을 공부하며 제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단순히 지식을 넘어,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리더십에 대한 깊은 성찰의 기회를 가졌다는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떤 경험을 가지고 계신가요?
당신이 경험한 최고의 리더는 어떤 모습이었나요? 혹은, 스스로가 ‘보스’가 아닌 ‘리더’라고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여러분의 소중한 경험을 댓글로 공유해주세요.
자주 묻는 질문 (FAQ) ❓
Q1. PMBOK 7판은 왜 서번트 리더십을 특별히 강조하나요?
A. 현대 프로젝트 환경의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증가하면서, 통제와 지시만으로는 팀의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극대화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팀원들이 자율적으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장애물을 제거해주는 서번트 리더십이 프로젝트의 최종 '가치 전달'에 더 효과적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Q2. 모든 프로젝트에서 서번트 리더십이 정답인가요?
A. 아닙니다. PMBOK 7판은 '상황에 맞는 조정(Tailoring)'을 중요한 원칙으로 강조합니다. 팀의 성숙도, 프로젝트의 긴급성, 조직 문화 등에 따라 지시형, 코치형 등 다양한 리더십 스타일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상황적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서번트 리더십은 특히 숙련되고 자율적인 팀에 가장 효과적입니다.
Q3. 팀의 성숙도는 어떻게 파악할 수 있나요?
A. 팀의 성숙도는 크게 '역량(Competence)'과 '의욕/자신감(Commitment)' 두 가지 축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팀원들이 해당 업무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충분한지, 그리고 스스로 업무를 수행하려는 의지와 책임감이 있는지를 관찰하고 대화를 통해 파악해야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어떤 리더십 스타일이 적합할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Q4. 기존의 지시적인 리더십은 이제 완전히 버려야 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지시적인 리더십은 '나쁜 것'이 아니라, 특정 상황에 '필요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경험이 전혀 없는 신입 팀원을 이끌거나, 화재 발생과 같은 긴급한 위기 상황에서는 명확하고 신속한 지시가 팀을 혼란에서 구하고 프로젝트를 안정시킬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상황에 맞게 '선택'하여 사용하는 것입니다.
Q5. PM이 아니어도 이 리더십 원칙을 적용할 수 있을까요?
A. 물론입니다. 이 글에서 다룬 리더십 원칙들은 프로젝트 관리자뿐만 아니라 팀장, 파트장, 혹은 팀의 일원으로서 동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싶은 모든 직장인에게 유용합니다. 리더십은 직책이 아니라 영향력이며, 누구나 자신의 위치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