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시작해." "하다 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참 익숙한 말이죠? N년차 직장인이 되면서, 저 역시 이런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야근은 당연하고, 주말에도 노트북을 켜는 열정으로 어떻게든 성과를 만들어냈으니까요. 그런데 연차가 쌓일수록 마음 한구석이 계속 불편해져 왔습니다. '이렇게 버티는 게 맞는 걸까?' '더 똑똑하게 일할 수는 없을까?' 하는 근본적인 질문이 떠나지 않았죠.
마치 안개 속을 걷는 기분이었습니다. 분명 열심히 노를 젓고 있는데, 배는 계속 제자리를 맴도는 듯한 막막함. 아마 많은 3040 직장인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겁니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PMP 자격증 공부를 하며 PMBOK 7판을 펼쳐 들었을 때, 저는 그 실마리를 '원칙(Principle)'이라는 단어에서 찾았습니다. 😊

왜 '과정'이 아닌 '원칙'일까? PMBOK의 진화 🤔
혹시 PMP나 PMBOK에 대해 들어보셨다면 'ITTO(Input, Tool & Technique, Output)'라는 용어가 더 익숙할지도 모릅니다. PMBOK 6판까지는 마치 요리 레시피처럼 '무엇을(Input) 가지고, 어떤 도구로(Tool & Technique), 어떻게 만들면, 이런 결과물(Output)이 나온다'는 식의 프로세스 중심이었습니다. 물론 체계적이고 훌륭한 방법론이지만, 현실의 프로젝트는 레시피대로만 흘러가지 않죠.
갑자기 팀원이 퇴사하고, 고객의 요구사항이 바뀌고, 예산이 삭감되는 등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난무하는 게 현실이니까요.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 낡은 지도(프로세스)만 붙들고 있다가는 길을 잃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PMBOK 7판은 '지도'가 아닌 '나침반'을 제시합니다. 바로 12가지 프로젝트 관리 원칙(12 Project Management Principles)이죠.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올바른 방향을 가리키는 내적 기준, 즉 '왜' 이 일을 해야 하고, '어떤 태도'로 임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가이드라인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주먹구구식 업무에서 벗어나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입니다.
프로젝트의 심장: '사람'과 '가치'를 향하는 원칙들 📊
12가지 원칙을 전부 나열하면 딱딱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원칙들을 '사람'과 '가치'라는 두 개의 큰 줄기로 묶어 이해하고 있습니다. 결국 모든 프로젝트는 사람이 만들고,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존재하니까요.
1. 사람 중심의 원칙들: 리더십과 팀워크의 중요성
회사에서 일 잘한다고 소문난 동료나 팀장님을 떠올려 보세요. 그들은 단순히 업무 지시만 하지 않습니다. 팀원들의 말을 경청하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나서서 방패가 되어주죠. PMBOK에서는 이런 사람을 '성실하고 존중하며 배려하는 청지기(Be a diligent, respectful, and caring steward)'라고 표현합니다. 프로젝트 자원과 팀을 자신의 것처럼 아끼고 책임지는 자세를 의미하죠.
또한, 이들은 '협력적인 프로젝트 팀 환경을 조성'하고 '이해관계자를 효과적으로 참여'시키는 데 능숙합니다. 단순히 "협업하세요"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실제 각 팀(개발, 기획, 마케팅 등)이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역할. 바로 이것이 현대 프로젝트 관리의 핵심입니다. 더 이상 카리스마 넘치는 영웅 한 명이 프로젝트를 이끄는 시대는 지났으니까요.

2. 가치 중심의 원칙들: 우리가 이 일을 왜 하는가?
"이거 왜 해야 해요?" 라는 질문에 명확히 답할 수 있는 리더가 얼마나 될까요? "그냥 하라면 해" 라는 말 대신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우리 회사에, 그리고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가치에 집중(Focus on Value)'하는 원칙입니다.
단순히 '기한 내에 예산 맞춰 끝내기'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 결과물이 실제로 비즈니스 목표에 기여하는지, 고객을 만족시키는지 끊임없이 확인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스템적 사고(Think Systemically)'가 필요합니다. 우리 프로젝트가 회사라는 더 큰 시스템 안에서 다른 부서, 다른 프로젝트와 어떻게 연결되고 영향을 주는지 전체적인 그림을 볼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불확실성을 돌파하는 힘: '실행'과 '적응'의 원칙들 ⚙️
올바른 방향(가치)을 설정하고, 좋은 팀(사람)을 꾸렸다면 이제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프로젝트의 여정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파도로 가득하죠.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실행과 적응에 관한 원칙들입니다.
첫째,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Demonstrate Leadership Behaviors)'입니다. 리더십은 직급이 아니라 태도입니다. 팀의 막내라도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솔선수범한다면, 그것이 바로 리더십이죠. 둘째, '상황에 맞춰 조정(Tailor Based on Context)'해야 합니다. 모든 프로젝트에 동일한 방법론을 적용하는 것은 마치 모든 병에 같은 약을 처방하는 것과 같습니다. 프로젝트의 성격, 규모, 팀의 역량에 맞게 프로세스를 유연하게 변경해야 합니다.
셋째, '프로세스와 결과물에 품질을 내재(Build Quality into Processes and Deliverables)'시켜야 합니다. 마감 직전에 허둥지둥 품질 검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각 단계마다 품질을 확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넷째, '복잡성을 다룰 줄 알아야(Navigate Complexity)' 합니다. 프로젝트가 복잡해지는 원인을 파악하고, 여러 변수들을 관리하며 단순화하는 능력이 필요하죠.
리스크와 변화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망했다' 싶은 순간이 꼭 찾아옵니다. 계획에 없던 리스크가 터지고, 모든 것을 뒤엎는 변화의 요구가 밀려오죠. 이때 '원칙'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가 드러납니다.
원칙이 없는 사람은 문제 앞에서 좌절하거나, 문제를 회피하기에 급급합니다. 하지만 원칙이 있는 사람은 '리스크 대응을 최적화(Optimize Risk Responses)'하려 노력합니다. 리스크는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관리해야 할 대상임을 아는 것이죠. 긍정적 리스크(기회)는 적극 활용하고, 부정적 리스크(위협)는 사전에 파악하고 해결책을 마련해 둡니다.
또한, 이들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적응성 및 회복탄력성을 수용(Embrace Adaptability and Resiliency)'합니다. 계획이 틀어지는 것을 실패로 여기지 않고, 새로운 상황에 맞게 배우고 수정하며 더 나은 길을 찾아 나서는 것이죠. 궁극적으로는 '목표 달성을 위해 변화를 이끌어내는(Enable Change to Achieve the Envisioned Future State)' 단계까지 나아갑니다. 변화는 프로젝트를 방해하는 장애물이 아니라, 더 큰 성공으로 가는 과정임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내일부터 우리는 무엇을 바꿔야 할까? ⚠️
12가지 원칙, 어떻게 보셨나요? 사실 하나하나 뜯어보면 우리가 이미 어렴풋이 '좋은 업무 방식'이라고 알고 있던 것들입니다. PMBOK 7판은 바로 그 '좋은 방식'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우리에게 명확한 '나침반'으로 제시해 준 것이죠.
내일 출근해서, 여러분이 맡고 있는 프로젝트를 이 12가지 원칙의 관점에서 한번 바라보세요.
'우리는 정말 고객에게 가치 있는 결과물을 만들고 있는가?'
'팀원들은 서로 존중하며 협력적인 분위기에서 일하고 있는가?'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우리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다 보면, 우리가 어디서 길을 헤매고 있었는지,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조금 더 선명하게 보일 것입니다. 이 12가지 원칙은 단순히 시험을 위한 암기 목록이 아닙니다. N년차 직장인인 우리의 커리어를 한 단계 성장시켜 줄 단단한 무기가 되어줄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리고 이 원칙들을 기반으로 실제 프로젝트를 어떻게 수행해 나가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다음 글에서 다룰 '8가지 성과 영역(Performance Domains)'입니다.
오늘은 PMBOK 7판의 심장과도 같은 12가지 원칙에 대해 깊이 있게 이야기 나눠보았습니다. 이론적인 내용일 수 있지만, 제 경험과 고민을 녹여내려 노력했는데 어떻게 다가갔을지 궁금하네요.
여러분은 12가지 원칙 중 어떤 원칙이 가장 마음에 와닿으셨나요? 혹은, 현재 여러분의 회사나 팀에서 가장 지켜지지 않고 있어 안타까운 원칙은 무엇인가요? 댓글로 여러분의 경험과 생각을 나눠주세요. 서로의 이야기를 통해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
Q1. PMBOK 6판의 프로세스(ITTO)는 이제 전혀 필요 없나요?
아닙니다. 7판은 '원칙' 중심으로 바뀌었지만, 특정 상황에서 어떤 도구와 기술을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6판의 ITTO는 이제 '어떻게'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선택지 중 하나로 여전히 유효하며, PMI의 Standards+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더 방대한 자료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7판은 '무엇을, 왜'에 집중하고, 구체적인 '어떻게'는 상황에 맞게 선택하라는 의미입니다.
Q2. 12가지 원칙을 전부 외워야 PMP 시험에 합격할 수 있나요?
단순히 원칙의 이름을 암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PMP 시험은 각 원칙이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하고, 특정 시나리오(상황)에서 어떤 원칙을 적용해야 하는지를 묻는 문제들이 주로 출제됩니다. 각 원칙의 핵심 가치와 철학을 내재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3. 이 원칙들은 애자일(Agile) 방법론과 어떤 관련이 있나요?
아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PMBOK 7판의 원칙들은 애자일 선언문의 가치와 원칙들과 맥을 같이 합니다. 예를 들어 '가치 집중', '이해관계자 참여', '변화 수용', '적응성' 등의 원칙은 애자일의 핵심 철학이기도 합니다. 7판은 특정 방법론(폭포수, 애자일 등)에 얽매이지 않고, 모든 프로젝트에 통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원칙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Q4. 작은 규모의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팀에서도 이 원칙들이 유용한가요?
물론입니다. 오히려 작은 팀일수록 원칙의 힘은 더욱 강력해질 수 있습니다. 거창한 프로세스나 비싼 툴이 없어도, 팀원 모두가 '고객 가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가치 집중), 서로를 존중하며(청지기 정신),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한다면(적응성) 대기업의 복잡한 프로세스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Q5. 12가지 원칙 중 가장 중요한 원칙을 하나만 꼽는다면 무엇일까요?
모든 원칙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 하나만 꼽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치에 집중(Focus on Value)' 원칙이 모든 것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활동의 이유와 목적이 '가치 창출'에 맞춰져 있을 때, 나머지 원칙들(팀워크, 리더십, 품질, 리스크 관리 등)이 비로소 올바른 방향으로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