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담당자가 누군데?"
"이거 다 되면 다음은 뭐예요?"
"우리 팀은 왜 이렇게 손발이 안 맞지?"
N년차 직장인이라면, 아니 팀장급이라면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하는 질문들일 겁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분명 열심히 하고 있는데, 프로젝트는 어딘가 삐걱거리고, 사람들은 지쳐가고, 성과는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힌 듯한 기분. 그 막막함의 정체가 뭘까, 한참을 고민했었죠.
지난 글에서 PMBOK 7판이 제시하는 12가지 프로젝트 관리 원칙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가 일을 대하는 '태도'와 '관점'을 다뤘다면, 오늘부터는 그 원칙들을 실제 프로젝트라는 전쟁터에서 어떻게 써먹을 수 있는지, 구체적인 '전투 교본'을 펼쳐볼 차례입니다. 바로 8가지 성과 영역(Performance Domains)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시간으로,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근본적인 네 가지 영역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

1. 이해관계자 성과 영역: '관리'가 아닌 '관계'의 시작 🤔
프로젝트를 망치는 가장 쉬운 방법이 뭔지 아시나요? 바로 이해관계자를 무시하는 겁니다. 여기서 말하는 이해관계자는 단순히 '고객'이나 '상사'만을 의미하지 않아요. 내 프로젝트에 영향을 주거나, 영향을 받는 모든 사람이죠. 옆 팀 동료, 재무팀 담당자, 심지어 내 작업 때문에 퇴근이 늦어지는 다른 팀원까지도요.
과거 PMBOK 6판에서는 이들을 '관리(Manage)'의 대상으로 봤습니다.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영향력을 분석해서, 말 그대로 '관리'하는 것에 가까웠죠. 하지만 7판에서는 관점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참여(Engage)'와 '협력(Collaborate)'의 대상으로 보는 거죠.
생각해보세요. 매번 보고서로만 소통하는 상사와, 가끔 커피 한잔하며 "요즘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어려운 점은 없어요?"라고 물어봐 주는 상사 중 누구와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신가요? 이해관계자 참여는 바로 이런 겁니다.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그들의 의견을 경청하며, 궁극적으로는 그들을 프로젝트의 단순한 관객이 아닌, 성공을 함께 만들어가는 든든한 파트너로 만드는 과정이죠.
"저 사람은 맨날 딴지만 걸어"라고 생각했던 동료가 사실은 프로젝트 결과물로 인해 가장 큰 업무 부담을 안게 될 사람이었다는 걸 미리 알았다면, 우리는 비난 대신 해결책을 함께 고민했을 겁니다. 바로 이것이 이해관계자 성과 영역의 핵심입니다. 갈등을 줄이고, 지지를 확보하며, 예상치 못한 리스크를 사전에 방지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죠.
2. 팀 성과 영역: '어벤져스'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최고의 전문가들만 모아놓는다고 해서 최고의 팀이 될까요? 아마 많은 팀장님들이 고개를 저을 겁니다. 오히려 각자 너무 뛰어나서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가는 경험, 다들 한 번쯤은 해보셨을 테니까요.
PMBOK 7판의 팀 성과 영역은 단순히 '인력 관리'를 넘어섭니다. 팀 문화를 만들고, 리더십을 발휘하며, 각 팀원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 집중합니다. '시키는 일만 잘하는 사람'들의 집합이 아니라, '공동의 목표를 위해 헌신하는 유기적인 팀'을 만드는 것이 목표죠.
핵심은 바로 '심리적 안정감(Psychological Safety)'입니다. "이런 질문하면 무시당하지 않을까?", "실패하면 내 책임으로 돌아오겠지?" 같은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건강하게 토론하며,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 이것이 팀 성과를 극대화하는 첫걸음입니다.
또한, PMBOK 7판은 '명령하고 통제하는' 리더가 아닌, 팀의 장애물을 제거해주고 성장을 돕는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리더가 모든 답을 아는 것이 아니라, 팀원들이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역할이죠. 지난 글에서 다뤘던 '존중의 문화를 조성하는 리더십' 원칙이 이 팀 성과 영역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셈입니다.

3. 개발 접근 방식 및 수명 주기: 정해진 길 vs 탐험하는 길 ⚙️
혹시 아직도 모든 프로젝트를 '기획-설계-개발-테스트-오픈'이라는 폭포수(Waterfall) 방식으로만 진행하고 계신가요? 물론, 결과물이 명확하고 변수가 적은 프로젝트(예: 정해진 규격의 건물 짓기)라면 이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이를 PMBOK에서는 예측형(Predictive) 접근 방식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고객의 요구사항이 계속 바뀌고, 시장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운 요즘 프로젝트에 이 방식이 맞을까요? "일단 만들어보고, 고객 반응을 본 뒤에 빠르게 수정하자!" 요즘 IT 회사에서 일하는 방식이죠. 이것이 바로 적응형(Adaptive) 또는 애자일(Agile) 접근 방식입니다.
PMBOK 7판의 위대함은 둘 중 하나가 정답이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신 프로젝트의 특성(불확실성, 요구사항의 명확성 등)에 따라 최적의 방식을 선택하거나 조합(Hybrid)하라고 말합니다. 핵심 기능은 예측형으로 안정적으로 개발하되, 사용자 인터페이스(UI)처럼 잦은 피드백이 필요한 부분은 적응형으로 개발하는 식이죠.
'우리 회사는 무조건 애자일이야'라고 외치는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지금 우리가 해결하려는 문제가 무엇이고, 그 문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풀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최적의 '게임 규칙'을 스스로 정하는 능력. 그것이 이 성과 영역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진짜 역량입니다.
4. 계획 성과 영역: '지도'가 아닌 '나침반'을 만드는 일 🌱
프로젝트 계획이라고 하면, 수백 페이지짜리 두꺼운 문서와 빽빽한 간트 차트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한번 만들면 절대 수정할 수 없는 성경처럼요. 그리고 그 계획이 현실과 달라지는 순간, 좌절감을 느끼고 계획 자체를 무용지물로 여기게 되죠.
PMBOK 7판에서 말하는 '계획'은 그런 박제된 문서가 아닙니다. 프로젝트라는 항해를 위한 '나침반'이자,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완벽하게 계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점진적으로 상세화(Progressive Elaboration)해 나가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합니다.
예를 들어, 3개월짜리 프로젝트라면 첫 1개월의 계획은 상세하게 짜되, 나머지 2개월은 큰 방향성만 잡아두는 겁니다. 그리고 1개월이 끝난 시점의 결과와 교훈을 바탕으로 다음 1개월의 계획을 다시 구체화하는 거죠. 이것이 바로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현명한 계획 방식입니다.
계획 성과 영역은 단순히 일정(Schedule), 비용(Cost), 범위(Scope)를 정하는 것을 넘어섭니다. 조달, 리소스, 리스크, 의사소통 등 프로젝트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어떻게 조율하고 진행할지에 대한 종합적인 밑그림을 그리는 활동입니다. 그리고 그 밑그림은 언제든 상황에 맞게 수정될 수 있는 살아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오늘은 8가지 성과 영역 중 프로젝트의 가장 근간이 되는 네 가지, '이해관계자, 팀, 개발 접근 방식, 그리고 계획'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이 네 가지는 서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갑니다. 훌륭한 팀이 있어도 이해관계자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프로젝트는 산으로 가고, 최고의 계획을 세워도 프로젝트 특성에 맞지 않는 개발 방식을 택하면 무용지물이 되기 십상이죠.
다음 시간에는 오늘 다루지 못한 나머지 네 가지 성과 영역인 '프로젝트 작업, 인도, 측정, 그리고 불확실성'에 대해 더 깊이 파고들어 보겠습니다. 우리가 실제로 일을 진행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내며, 제대로 가고 있는지 측정하고, 예상치 못한 위험에 대처하는 구체적인 방법들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겁니다.
여러분은 오늘 다른 네 가지 영역 중, 실무에서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 어디인가요? 혹은 자신만의 노하우로 멋지게 해결했던 경험이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주세요. 우리 모두의 경험이 서로에게 가장 훌륭한 교과서가 될 테니까요.
자주 묻는 질문 (FAQ) ❓
Q1. PMBOK 6판의 10가지 지식 영역과 7판의 8가지 성과 영역은 어떻게 다른가요?
A1. 6판의 지식 영역(통합, 범위, 일정 등)은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춘 지식 기반의 분류입니다. 반면 7판의 성과 영역은 '어떤 성과를 만들어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춘 결과 중심의 접근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이해관계자 관리'라는 지식 영역이 있었다면, 이제는 '이해관계자 참여를 통해 긍정적인 관계를 구축한다'는 '이해관계자 성과 영역'으로 바뀐 것입니다. 'How-to'에서 'What-to-achieve'로 관점이 전환되었다고 이해하시면 쉽습니다.
Q2. 저희 회사는 여전히 전통적인 폭포수 방식으로만 일하는데, PMBOK 7판이 도움이 될까요?
A2. 물론입니다. PMBOK 7판은 특정 방법론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프로젝트의 특성에 맞는 최적의 방법을 '선택'하라고 강조하죠. 만약 현재의 예측형(폭포수) 방식이 회사 프로젝트에 가장 적합하다면, 그 방식을 사용하면서도 '팀 성과 영역'의 원리를 적용해 팀 문화를 개선하거나, '이해관계자 성과 영역'을 활용해 협업을 강화하는 등 충분히 7판의 가치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Q3. '계획은 계속 바뀔 수 있다'는 말이 무책임하게 들리기도 합니다.
A3. 좋은 지적입니다. '계획이 바뀐다'는 것이 '계획이 필요 없다'는 의미는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변화를 예측하고 그에 대응하기 위해 더욱 기민한 계획 활동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초기 계획은 프로젝트의 목표와 방향성을 제시하는 북극성 역할을 하며, 진행 과정에서 얻는 새로운 정보를 바탕으로 경로를 수정해나가는 것은 최종 목표에 더 효율적으로 도달하기 위한 현명한 전략입니다. 무계획적인 임기응변과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Q4. 8가지 성과 영역은 모두 똑같이 중요한가요?
A4. 8가지 성과 영역은 모두 상호 연결되어 있어 중요도를 나누기 어렵지만, 프로젝트의 특성과 단계에 따라 특정 영역에 더 집중해야 할 수는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초기에는 '계획'과 '이해관계자' 영역이 더 중요할 수 있고, 실행 단계에서는 '팀'과 '프로젝트 작업' 영역이 더 부각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한 영역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Q5. 이 내용들이 PMP 시험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오나요?
A5. PMP 시험은 더 이상 특정 지식을 암기해서 푸는 방식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문제가 "당신이 프로젝트 관리자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겠는가?"를 묻는 시나리오 기반으로 출제됩니다. 따라서 오늘 배운 성과 영역의 '개념'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각 영역의 원리가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중심으로 학습하셔야 합니다. 예를 들어, '팀원 간의 갈등이 발생했다'는 문제가 나온다면, 이는 '팀 성과 영역'의 원리를 적용해 해결 방안을 찾는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