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WBS, 일정 관리를 자동화하는 시대. PMP 자격증이 무용지물이 될까요? PMBOK 7판을 통해 AI가 대체할 수 없는 프로젝트 관리자(PM)의 본질적인 역할과 가치를 탐구합니다.
"팀장님, 이 일정 말인데요. 그냥 AI한테 'OO 앱 개발 일정 짜줘'라고 하니까 5분 만에 WBS랑 간트 차트까지 다 그려주던데요?"
N년차 직장인이자 팀장급 PM으로 일하다 보면, 요즘 이런 '뼈 있는' 농담을 건네는 팀원들을 마주하곤 합니다.
순간 웃어넘기지만, 속으로는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 저만 느끼는 건 아닐 겁니다.
최근 커리어의 정체성을 고민하며 PMP 자격증 준비를 시작했다고 말씀드렸죠. 그런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이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AI가 이렇게 빠르게 발전하는데, 내가 지금 외우고 있는 이 지식들이 다 무슨 소용이지?'하는 '현타'가 온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PM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들. WBS(작업 분류 체계)를 엑셀로 그리고, 태스크별 일정을 배분하고, 리스크를 식별해 목록을 만드는... 이런 '관리(Administration)' 업무는 사실 AI가 인간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AI가 일정을 짜주는 시대에 PM은 필요 없는 존재가 되는 걸까요? 단순한 '관리자'로서의 PM 역할은 정말 종말을 고한 것일까요?
오늘은 이 건전한 위기감 속에서, PMBOK 7판이 제시하는 PM의 진짜 역할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
AI가 완벽하게 대체하는 PM의 영역 🤖
먼저 우리가 직면한 현실부터 냉정하게 바라봐야 합니다. AI는 PMBOK 가이드의 '프로세스' 영역, 특히 '도구 및 기법(Tools & Techniques)'을 무서운 속도로 학습하고 대체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 WBS 및 일정 관리: "신규 쇼핑몰 앱 개발 프로젝트의 WBS를 3레벨까지 작성하고, 주요 마일스톤을 포함한 간트 차트를 생성해줘." → 1분 만에 엑셀 파일이 생성됩니다.
- 리스크 예측: "과거 유사 프로젝트 100건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 프로젝트에서 발생 확률이 가장 높은 리스크 5가지와 권장 대응 방안을 알려줘." → 사람이 미처 생각지 못한 리스크까지 데이터 기반으로 예측합니다.
- 자원 배분 및 최적화: "우리 팀 5명의 현재 업무 부하와 스킬셋을 고려해서, 이 WBS를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업무 분장을 제안해줘." → '김 대리는 요즘 번아웃 지수가 높으니' 같은 감성적 고려는 못 해도, 데이터상 최적의 안을 내놓습니다.
이런 작업들은 과거 PM이 며칠 밤낮으로 엑셀과 씨름하며 해내던 일입니다. 하지만 이제 AI에게는 '지시'만 하면 되는 일이 되었죠.
우리가 PMP를 공부하며 달달 외웠던 '도구 및 기법'들이 순식간에 AI의 기능 리스트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여기서 첫 번째 결론이 나옵니다. 만약 PM의 역할을 '정해진 프로세스에 따라 계획을 세우고, 진척도를 체크하며, 보고서를 작성하는' 관리자(Administrator)로 한정한다면, 그 역할은 AI에 의해 완전히 대체될 것입니다.
PMBOK 6판과 7판: 우리가 서 있는 좌표 🧭
PMP 공부를 시작하며 느꼈던 불안감의 실체는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우리가 '프로젝트 관리'라고 배운 것들이 PMBOK 6판의 관점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입니다.
PMBOK 6판은 '무엇을(What) 해야 하는지'에 집중했습니다. 5가지 프로세스 그룹, 10가지 지식 영역, 그리고 그 유명한 49개의 프로세스와 ITTO(투입물, 도구 및 기법, 산출물)가 핵심이었죠.
"이렇게 해라"고 알려주는, '규범적(prescriptive)'인 접근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정답이 정해진' 프로세스는 AI가 학습하기에 가장 완벽한 교과서입니다.
반면, 제가 요즘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PMBOK 7판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아닌, "왜(Why) 하는지"와 "어떤 원칙(How)으로 접근할지"에 집중합니다.
7판의 핵심은 '12가지 관리 원칙(Principles)'과 '8가지 성과 영역(Performance Domains)'입니다.
"상황에 맞게(Tailoring) '가치(Value)'를 전달하라"는 '원칙 기반(principle-based)' 접근 방식으로의 거대한 전환이죠.
이것이 바로 AI의 위협 속에서 우리가 붙잡아야 할 '좌표'입니다. AI는 6판의 ITTO는 수행할 수 있지만, 7판의 '원칙'을 이해하고 '가치'를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AI가 절대 할 수 없는 PM의 일 (The "Opportunity") 💡
그렇다면 AI가 할 수 없는, PMBOK 7판이 강조하는 PM의 본질적인 역할은 무엇일까요?
1. '데이터'가 아닌 '사람'을 다루는 일 (이해관계자 & 팀 성과 영역)
AI는 '이해관계자 A가 이번 주 보고서에 3회 부정적 키워드를 사용했다'고 보고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해관계자를 직접 만나 커피를 마시며, 그가 '말하는 요구사항(Wants)' 뒤에 숨겨진 '진짜 원하는 것(Needs)'과 '말하지 않는 속내(Expectation)'를 파악할 수는 없습니다.
AI는 '개발자 B의 최근 커밋 수가 30% 감소했고, 번아웃 지수가 80%로 예측된다'고 알려줄 순 있습니다.
하지만 그 개발자와 1:1 면담을 하며 "요즘 무슨 고민이 있는지", "어떤 부분에서 동기부여가 꺾였는지" 진심으로 공감하고 '심리적 안정감(Psychological Safety)'을 만들어 줄 수는 없습니다.

프로젝트는 결국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AI는 데이터를 분석하지만, PM은 사람의 마음을 읽고, 복잡한 관계의 거미줄을 풀어내며, 팀원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시너지를 내도록 이끄는 '리더'이자 '조력자'가 되어야 합니다.
2. '정답'이 아닌 '최적의 답'을 판단하는 일 (테일러링 & 가치 원칙)
AI는 '표준'적인 답을 제시하는 데 능숙합니다.
하지만 모든 프로젝트는 저마다의 특수한 상황과 맥락을 가집니다. AI가 '표준적인 워터폴 방식의 WBS'를 100개 만들어준다고 한들,
"우리 팀의 현재 역량과 이 프로젝트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지금은 워터폴이 아니라 애자일 스크럼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맞아."
"고객은 A 기능을 원한다고 했지만, 데이터 분석 결과와 우리 조직의 전략을 볼 때 B 기능을 먼저 구현하는 것이 '진짜 가치'를 전달하는 길이야."
...와 같은 '판단'과 '선택'은 PM의 몫입니다.
PMBOK 7판의 '테일러링(Tailoring)' 원칙은 바로 이 '상황에 맞는 최적의 답'을 찾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또한 '가치(Value)' 원칙은 그 판단의 기준이 '일정 준수'나 '예산 절감'이 아니라, "이 프로젝트가 궁극적으로 조직과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전달하는가?"가 되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AI를 '조종하는' PM: 12가지 원칙의 힘 🧠
AI는 위협이 아니라, PM이 더 본질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PM은 AI가 생성한 데이터를 '조종'하고 '활용'하는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이때 PMBOK 7판의 12가지 원칙은 우리가 AI를 조종할 때 필요한 '운영체제(OS)'가 되어줍니다.
- AI가 '가장 싼 견적'을 찾아와도, PM은 '스튜어드십(Stewardship)' 원칙에 따라 "이 업체가 우리 조직의 윤리 및 ESG 경영 방침에 부합하는가?"를 판단합니다.
- AI가 '가장 빠른 일정'을 제안해도, PM은 '품질(Quality)' 원칙에 따라 "이 속도로 진행했을 때 고객이 기대하는 품질 수준을 맞출 수 있는가?"를 검토합니다.
- AI가 '복잡한 리스크'를 예측해내면, PM은 '복잡성 탐색(Navigate Complexity)' 원칙에 따라 그 리스크의 이면에 숨겨진 시스템적 문제를 파악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합니다.

AI는 '손발'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PM은 그 손발을 움직이게 하는 '뇌(판단)'와 '심장(공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AI가 'What'과 'How(Tool)'를 담당한다면, PM은 'Why'와 'How(Principle)'를 책임져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PMP 공부는 유효한가? 🧑💻
긴 이야기를 거쳐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왔습니다. "AI 시대에 PMP 공부는 유효한가?"
저의 답은 "매우 유효하다. 단, PMBOK 7판의 관점으로 공부하고 받아들일 때만"입니다.
만약 PMP 자격증을 '49개 프로세스와 ITTO를 달달 외우는' 6판의 관점으로만 접근한다면, 그 지식은 AI에게 금방 따라잡힐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왜' 이 프로젝트를 하는지(가치), '어떤' 원칙으로 사람들을 이끌고(리더십, 스튜어드십), '어떻게' 상황에 맞게 대응할지(테일러링, 복잡성) 고민하는 7판의 관점으로 PMP를 바라본다면, 이것은 AI 시대에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입니다.
AI는 '관리자(Administrator)'를 대체할 것입니다.
우리는 AI를 부리는 '리더(Leader)'이자 '가치 전달자(Value Deliverer)'가 되어야 합니다.
다음 연재 글에서는 AI 시대에 PM이 갖춰야 할 가장 핵심적인 역량, 바로 '이해관계자 관리 (Stakeholder Engagement)'에 대해, 30대 직장인의 현실적인 고민을 담아 좀 더 깊게 파고들어 보겠습니다.
AI가 내놓은 데이터를 그저 '복사-붙여넣기' 하는 PM이 아니라, 그 데이터의 이면을 읽고 '왜?'라고 질문하며 팀원들의 마음을 움직여 '진짜 가치'를 만들어내는 PM이 되어야겠습니다.
여러분은 AI가 여러분의 업무를 대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신 적이 있나요?
혹은 AI를 활용해 오히려 더 본질적인 업무에 집중했던 긍정적인 경험이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주세요.
자주 묻는 질문 (FAQ) ❓
Q1. PMP 시험은 6판(ITTO) 기반 아닌가요? 7판 공부가 의미 있나요?
A: 좋은 질문입니다. 현재 PMP 시험은 6판, 7판, 그리고 애자일 실무 가이드의 내용이 혼합되어 출제됩니다. 하지만 시험의 방향성 자체가 7판에서 강조하는 '원칙(Principles)'과 '가치(Value)', 그리고 '애자일(Agile)'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ITTO를 단순 암기하는 것이 아닌, '상황을 판단'하고 '최적의 원칙을 적용'하는 PM을 원하는 것이죠. 따라서 7판의 관점을 이해하는 것은 시험 합격과 실무 역량 모두에 매우 중요합니다.
Q2. AI가 PM을 대체하는 데 얼마나 걸릴까요?
A: '일정 관리', '보고서 작성', '데이터 취합' 같은 단순/반복적인 관리 업무는 이미 빠르게 대체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복잡한 이해관계자 협상', '팀원 동기부여', '윤리적 판단', '전략적 가치 창출' 등 고도의 인간적, 전략적 영역은 AI가 대체 불가능하거나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PM의 역할이 '관리자'에서 '리더'로 진화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Q3. PMBOK 7판에서 말하는 '가치(Value)'란 게 너무 모호해요.
A: '가치'는 단순히 '돈(수익)'이나 '산출물 완성'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PMBOK 7판에서 말하는 가치는 "조직과 이해관계자에게 전달되는 혜택의 총합"입니다. 여기에는 재무적 가치(수익, 비용 절감)는 물론, 고객 만족도 향상, 팀원의 역량 성장, 브랜드 이미지 제고, 사회적 기여 등 모든 긍정적인 '결과(Outcome)'가 포함됩니다.
Q4. AI 시대에 PM이 새로 배워야 할 핵심 스킬은 무엇인가요?
A: 두 가지 축이 중요합니다. 첫째는 '데이터 리터러시'입니다. AI가 내놓은 결과물을 맹신하는 것이 아니라, 그 데이터를 해석하고 비판적으로 수용하며 올바른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능력입니다. 둘째는 '소프트 스킬(인간적 역량)'입니다. AI가 못하는 공감, 소통, 협상, 리더십, 갈등 중재 등의 능력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입니다.
Q5. 저는 PM이 아닌데, 이 글이 도움이 될까요?
A: 물론입니다. PMBOK 7판은 '프로젝트 관리자'만을 위한 책이 아닙니다. 오늘날 모든 직장인은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수행합니다. '가치를 전달'하고, '팀과 협력'하며, '상황에 맞게 대응'하는 7판의 원칙들은 PM뿐만 아니라 모든 N년차 직장인에게 필요한 핵심 역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