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영의 『어른의 품위』는 겉치레가 아닌 내면의 단단함을 통해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나는 법을 이야기합니다.
말투와 태도, 관계의 적정 거리를 되짚어보며 나를 지키면서도 타인을 존중하는 삶의 기술을 제시합니다.

무례한 세상 속에서 나를 지키는 말하기 기술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말의 홍수 속에 놓이게 됩니다. 개중에는 나를 위로하는 따뜻한 말도 있지만, 불쑥 선을 넘으며 마음을 할퀴는 무례한 말들도 존재합니다. 과거의 저는 그런 상황에서 당황하여 얼굴만 붉히거나, 혹은 그 자리의 분위기를 망치지 않기 위해 억지웃음을 지으며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 이불을 뒤집어쓰고 후회하는 밤이 늘어갈수록,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은 갉아먹히고 있었습니다.
최서영 작가의 『어른의 품위』는 바로 이러한 지점에서 '말'이라는 도구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명쾌한 해답을 던져줍니다. 품위 있는 말하기란 단순히 고상한 어휘를 선택하거나 목소리 톤을 낮추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나의 감정을 솔직하게 인정하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상황을 객관화하여 표현하는 능력입니다. 책에서는 무례한 질문에 대처하는 현명한 화법들을 소개하는데, 이는 상대방을 공격하지 않으면서도 나의 영역을 침범하지 못하게 하는 단호한 방패와도 같습니다.
특히 "할 말을 다 하는 것이 솔직함이 아니라, 해야 할 말을 적기에 하는 것이 지혜"라는 메시지가 깊이 와닿았습니다. 우리는 종종 솔직함을 핑계로 날 선 비난을 쏟아내거나, 반대로 배려라는 명목하에 참고 참다가 폭발하곤 합니다. 저자는 이 양극단에서 벗어나, 나를 지키면서도 상대를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는 '세련된 거절'과 '우아한 대처'를 연습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저는 말하기야말로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나의 인격과 품위를 드러내는 가장 강력한 명함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누군가의 무례함 앞에서 당황하기보다, 침묵과 미소, 그리고 적절한 위트를 섞어 나를 보호하는 법을 조금씩 익혀가고 있습니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내면을 채우는 태도
현대 사회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보여지는 삶'을 강요합니다. SNS 속 화려한 타인의 일상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나 또한 그들처럼 보이기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정작 중요한 '나 자신'은 소외되곤 합니다. 저 또한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혹은 뒤처져 보이지 않기 위해 무리해서 소비하거나 원하지 않는 모임에 나갔던 경험이 있습니다. 겉모습은 그럴싸하게 포장되었을지 몰라도, 속은 텅 빈 강정처럼 공허함만 커져갔던 시절이었습니다.
이 책은 진정한 품위가 명품 가방이나 화려한 인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확신과 단단한 내면에서 비롯된다고 역설합니다. 작가가 말하는 '어른의 태도'는 남들의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자신의 취향과 기준을 명확히 세우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남들이 다 좋다고 하는 유행을 쫓기보다 내가 진정으로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 탐구하는 과정, 그것이 바로 품위를 만드는 밑거름이 됩니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과연 나 자신에게 예의를 갖추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습니다. 남들에게는 친절하면서 정작 나 자신에게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거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나의 욕구를 억누르며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게 된 것입니다. 저자는 혼자 있는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그 고독 속에서 스스로를 돌보는 에너지를 비축하라고 조언합니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이 아니라, 내 스스로가 만족하는 삶을 살 때 비로소 자연스러운 아우라가 뿜어져 나온다는 것입니다. 이 챕터를 통해 저는 외부의 소음을 차단하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야말로 가장 품위 있는 삶의 태도임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진짜 어른은 남을 이기는 사람이 아니라,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마음에 새기게 됩니다.
건강한 관계를 위해 필요한 적당한 거리 두기
우리는 종종 '친밀함'과 '무례함'을 혼동하곤 합니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친구라는 이유로, 혹은 연인이라는 이유로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사적인 영역까지 침범하는 것을 사랑이나 우정으로 포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적당한 거리가 있어야 관계가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말입니다. 난로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화상을 입고, 너무 멀어지면 추위를 느끼듯, 인간관계에도 '불가근불가원'의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어른의 품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 중 하나는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 하지 말라'는 조언이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으려는 욕구는 필연적으로 나 자신을 갉아먹습니다. 싫은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끙끙 앓거나,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을 억지로 포용하려다 감정의 밑바닥을 보게 되는 일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보았을 것입니다. 작가는 관계를 정리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나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에게까지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는 없으며, 내 곁에 남을 소중한 사람들에게 집중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행복한 길임을 일깨워줍니다.
이 책은 저에게 관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었습니다. 예전에는 거절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명확한 거절이 오히려 서로의 시간과 감정을 아껴주는 배려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타인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나를 희생하는 것이 미덕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건강한 관계는 일방적인 희생이 아니라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이루어집니다. 책을 덮으며 저는 스마트폰 연락처를 정리하고, 불필요한 약속을 줄이며, 나를 진정으로 아껴주는 사람들과 깊이 있는 시간을 보내기로 결심했습니다.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은 관계의 단절이 아니라, 더 건강하고 오래가는 관계를 위한 필수적인 '숨구멍'을 만드는 작업임을 이제는 이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