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실의 공기가 얼음장처럼 차갑게 내려앉습니다.
신규 캠페인 방향을 두고 A팀장과 B팀장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 상황. 목소리가 조금씩 높아지고, 몇몇 팀원은 슬그머니 시선을 노트북으로 돌립니다. 제발 누구 하나가 양보해서 이 어색하고 불편한 상황이 끝나기만을 바라게 되죠. '좋은 게 좋은 거지',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 있나.' 우리 대부분은 갈등을 마주했을 때 본능적으로 회피 버튼부터 찾게 됩니다. 🔥
저 역시 그랬습니다. 누군가와 의견이 부딪히는 건 그 사람과의 관계가 틀어지는 것이라 생각했고, 어떻게든 둥글게 넘어가려고 애썼습니다. 하지만 연차가 쌓이고 프로젝트의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면서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애써 외면했던 그 불편한 의견 대립 속에 사실은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 최고의 아이디어가 숨어있었다는 것을요. PMP 시험의 '갈등 관리(Manage Conflict)' 영역을 공부하며, 갈등을 바라보는 관점을 180도 바꿀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갈등은 정말 피하는 게 상책일까요?
갈등, 문제의 신호일까? 성장의 신호일까? 🤔
우리는 왜 갈등을 두려워할까요? 아마도 갈등을 '나'에 대한 개인적인 공격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일 겁니다. 내 의견이 부정당하면, 내가 부정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거죠. 하지만 PMBOK 7판은 갈등을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바라봅니다.
갈등은 열정적이고 유능한 사람들이 함께 일할 때 발생하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필연적인 현상입니다. 오히려 아무런 의견 대립이나 논쟁이 없는 조직이야말로 위험합니다. 모두가 좋은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프로젝트에 대한 주인의식이나 열정이 없어 아무도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신호일 수 있으니까요. PMBOK 7판의 '팀 성과 영역(Team Performance Domain)'에서는 성공적인 팀의 조건으로 '개방적이고 안전한 환경'을 강조합니다. 즉, 서로 다른 의견을 내더라도 비난받거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심리적 안정감이 보장될 때, 비로소 건설적인 갈등이 시작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목표는 갈등을 없애는 것(eliminate)이 아니라, 건설적인 방향으로 관리(manage)하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개인적인 감정싸움이 아닌, 프로젝트의 목표 달성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한 건전한 의견 대립으로 이끌어야 하는 것이죠.

당신의 갈등 대처 유형은? 5가지 전략 📊
갈등 상황에서 사람들은 보통 5가지 유형 중 하나로 반응한다고 합니다. 어떤 전략이 절대적으로 좋거나 나쁘다기보다는, 상황에 맞는 도구를 꺼내 쓴다고 이해하면 좋습니다. 여러분은 주로 어떤 유형에 가까운가요?
- 1. 회피 (Withdrawing/Avoiding): "이건 나중에 다시 얘기하죠." 일단 갈등 상황 자체를 피하는 유형입니다. 쟁점이 사소하거나, 모두가 감정적으로 격앙되어 냉각기가 필요할 때 유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문제를 계속 회피하면 신뢰를 잃고 문제는 더욱 커질 뿐입니다.
- 2. 수용 (Smoothing/Accommodating): "네, 팀장님 의견대로 하시죠." 자신의 입장보다 관계를 중요시하여 상대방의 의견을 순순히 따르는 유형입니다. 내가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문제라면 관계 유지를 위해 좋은 전략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번 수용하기만 하면 결국 '착하지만 만만한 사람'이 되고 맙니다.
- 3. 강요 (Forcing/Competing): "시간 없습니다. 제 방식대로 갑시다." 자신의 의견을 강력하게 밀어붙여 상대방을 이기려는 유형입니다. 화재 발생과 같은 위기 상황이나, 모두의 동의를 구하기 어려운 긴급한 결정을 내릴 때 필요합니다. 하지만 남용하면 팀의 사기를 꺾고 적을 만들게 됩니다.
- 4. 타협 (Compromising): "A안과 B안을 절충해서 가시죠." 양쪽이 한 발씩 물러나 중간 지점에서 합의하는 유형입니다. 가장 빠르고 합리적인 해결책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양쪽 모두 100% 만족하지 못하는, 어중간한 결과(Lose-Lose)로 이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 5. 협업 (Collaborating/Problem-Solving): "두 의견의 장점을 모두 살릴 수 있는 제3의 방법은 없을까요?" 갈등을 '너와 나의 싸움'이 아닌 '우리가 함께 풀어야 할 문제'로 재정의하고, 모두가 만족하는 최적의 해결책(Win-Win)을 찾는 유형입니다. 시간과 노력이 가장 많이 들지만, 혁신적인 결과를 낳고 팀워크를 가장 단단하게 만드는 이상적인 전략입니다.

'협업'을 이끌어내는 PM의 역할 ⚙️
모두가 '협업'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걸 알지만, 실천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때 프로젝트 관리자(PM)나 리더의 역할이 빛을 발합니다. 갈등을 중재하고 '협업'의 장으로 이끄는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단계: 사람과 문제를 분리하세요.
"김대리님께 반대하는 게 아닙니다. 그 아이디어가 가진 시장 진입 리스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와 같이, 의견에 대한 비판이 사람에 대한 비난이 아님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이것만으로도 회의의 분위기는 훨씬 부드러워집니다.
2단계: 사실(Fact)에 기반해 대화하게 하세요.
"왠지 안 될 것 같아요." 같은 주관적인 감정이나 추측 대신, "지난 분기 데이터에 따르면, 유사 제품의 초기 이탈률이 50%였습니다." 와 같이 객관적인 데이터와 사실에 근거하여 의견을 제시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논의는 더욱 생산적으로 변합니다.
3단계: 공동의 목표를 끊임없이 상기시키세요.
논쟁이 격해질 때, "여러분, 우리의 목표는 각자의 의견을 관철하는 것이 아니라, '3분기 내 성공적인 제품 출시'라는 점을 잊지 맙시다." 라며 한 발짝 뒤에서 전체 그림을 보게 만들어야 합니다. 공동의 목표는 우리를 '한 팀'으로 묶어주는 가장 강력한 접착제입니다.
4단계: 적극적으로 대안을 탐색하도록 이끄세요.
A안과 B안 중 하나를 선택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A안의 안정성과 B안의 혁신성을 모두 가질 방법은 없을까요?"라고 질문을 던져 새로운 가능성을 찾도록 도와야 합니다. 이때 PM은 판사가 아니라, 아이디어를 촉진하는 퍼실리테이터가 되어야 합니다.
갈등을 성장의 기회로 만드는 마인드셋 🌱
이 모든 과정을 거치고 나면, 갈등은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 팀이 놓치고 있던 맹점을 발견하고, 더 나은 해결책을 찾게 해주는 고마운 '성장의 신호'로 느껴지게 됩니다.
물론 하루아침에 되지는 않습니다. 저 역시 예전에는 회의 때 반대 의견이 나오면 심장이 철렁 내려앉고 저를 공격하는 것 같아 방어적으로 변하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PMP를 공부하고 의식적으로 훈련하면서, 요즘은 오히려 '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구나!'라며 반가운 마음이 들 때가 많아졌습니다. 나와 다른 의견은 나를 공격하는 칼이 아니라, 나의 시야를 넓혀주는 선물이라는 마인드셋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건강한 갈등은 건강한 팀의 증거입니다. 침묵과 동의만 가득한 회의실이 아니라, 서로의 발전을 위해 기꺼이 날 선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PMBOK 7판이 말하는 진정한 '팀워크'이자, '일 잘하는 사람'들의 갈등 관리법일 것입니다.
최근에 겪었던 가장 기억에 남는 '갈등'의 순간은 언제였나요?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혹은 해결하지 못해 아쉬웠던 경험이 있다면 댓글로 들려주세요. 여러분의 이야기가 다른 분들에게 큰 용기와 힌트가 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
Q1. 팀원들 간의 감정적인 싸움으로 번지면 어떡하죠?
A1. 즉시 중재하고 상황을 분리해야 합니다. "잠시 두 분 다 진정하고, 우리는 지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였다는 점을 기억합시다." 라고 말하며 대화를 중단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잠시 휴식 시간을 갖거나, 각자와 1:1 면담을 통해 감정을 가라앉히고 문제의 본질에 다시 집중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Q2. 갈등 상황 자체가 너무 스트레스받는데 어떡하죠?
A2. 지극히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스트레스에 압도당하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것입니다. 갈등을 '나에 대한 인신공격'이 아닌 '우리가 함께 풀어야 할 수학 문제'처럼 객관적인 대상으로 바라보는 프레임 전환 연습이 필요합니다. 신뢰하는 동료나 멘토에게 상황을 공유하고 조언을 구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Q3. 5가지 전략 중 항상 '협업'만 써야 하나요?
A3. 아닙니다. 상황에 따라 최적의 전략은 다릅니다. 예를 들어, 건물이 불타고 있을 때 대피 경로를 두고 '협업'하며 토론할 시간은 없습니다. 이때는 리더의 단호한 '강요'가 팀 전체를 살릴 수 있습니다. 5가지 전략은 상황과 쟁점의 중요도에 맞게 꺼내 쓰는 '전략 카드'로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Q4. 상대방이 전혀 협조적으로 나오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죠?
A4. 먼저 그 사람이 왜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지 그 이면의 이유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혹시 과거의 부정적인 경험 때문일 수도 있고, 우리가 모르는 다른 제약 조건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가 불가능하다면, 상급자나 인사팀 등 공식적인 제3자의 중재를 요청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Q5. PMBOK 7판에서는 갈등 관리를 어느 부분에서 다루나요?
A5. 주로 '팀 성과 영역(Team Performance Domain)'에서 중요하게 다룹니다. 성공적인 프로젝트팀은 개방적이고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여,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갈등을 개인적인 싸움이 아닌 프로젝트의 성과를 높이는 건설적인 과정으로 다룰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또한 프로젝트 관리자의 핵심 '리더십' 기술의 일부로도 언급됩니다.